스텔라는 유대인 출신 골드 슐락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나치 비밀경찰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와 그녀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스텔라 골드 슐락의 실화
킬리안 리드호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스텔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독일에 유대인 출신 가수 지망생인 스텔라는 재즈 가수로 성공해 미국에 진출하기를 꿈꾸게 됩니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나치의 탄압에 스텔라의 가족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지 않도록 은신을 택하게 됩니다. 답답함에 거리로 나서게 된 스텔라는 우연히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롤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그를 돕기 시작합니다. 영화 <스텔라>는 나치에 협력해 비밀경찰로 일하며 수백명의 유대인 동포를 사지로 내몬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슐락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금발의 유령'이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로 널리 알려진 인물 스텔라 골드 슐락은 1922년생부터 1994년까지 살았던 실존 인물입니다. 라틴어로 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스텔라는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브로드웨이 스타를 열망합니다. 만약 그녀가 조금 일찍이나 늦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원하는 대로 꿈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시대의 피해자이자 참극의 부역자가 된 여인을 이해하려다 윤리의 역설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방황하는 영화를 구한 것은 파울라 베어의 입체적인 연기였습니다. 화려한 반주로 영화를 맞이한 그녀의 노래는 곧장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피닉스' 속 니나 호스의 노래를 떠올리게 합니다. 파울라 베어는 지옥도를 피한 배신자를 노래하며 독일의 역사를 온몸으로 연기하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 여자를 보라, 참혹한 시대를 교활하게 살아가고 가련하게 살아가는 이 삶이 실화라는 것을 마주 보라"라는 짧은 한 줄 평을 전하며 영상 상영 후 이어질 영화 해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비밀 경찰이 된 주인공
때는 '1946년 소련 군사법원과 1957년 모아빗 지방법원의 실제 재판 기록에 기초한 이야기'라는 정보가 타이틀 신에 명시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40년대 독일인 데다가 불행하게도 그녀는 유대인이었습니다. 주인공 스텔라는 재즈 가수를 하며 밴드와 함께 미국 진출을 꿈꾸게 됩니다.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어느 날 밴드의 멤버 한 명의 부모님이 나치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에 침울해 있는 멤버에게 스텔라는 미국 진출이란 꿈을 위해 연습하자 다그칠 정도로 그녀의 노래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밴드를 하던 남자 친구 만프레드와 결혼한 스텔라는 그와 함께 미국행을 꿈꾸게 되지만 1942년 그녀의 꿈은 무너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가족은 유대인이기에 나치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게토 지역으로 강제 이주하게 되었고 낮에는 군수공장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텔라는 유대인이라는 글자가 박힌 노란 별을 가슴에 달고 작업복을 입은 채 공장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녀는 어떡해서든 상황을 호전시켜 보려고 악전고투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다가오는 상황은 지옥 아래와 또 다른 지옥이 계속해서 펼쳐질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텔라 가족이 일하던 군수공장에 경찰이 들이닥치게 되었고 이때 피하지 못한 스텔라의 남편 만프레드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다행히 스텔라는 간부의 신호로 부모님과 무사히 피하게 되고 독일인 집에 몰래 숨어 살게 됩니다. 이에 가짜 여권이 필요했던 스텔라는 길에서 우연히 위조여권을 팔던 롤프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스텔라의 부모님은 안전한 호텔에 머물게 되고 스텔라는 롤프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그렇게 스텔라는 롤프와 함께 지인들이 필요한 가짜 여권을 만들어주고 돈을 벌게 되는데 얼마 뒤 함께 밴드에 있던 친구 잉게의 배신으로 인해 게슈타포에 걸려 고문을 받게 됩니다. 게슈타포는 신분증 위조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스텔라에게 정보를 캐내려고 극악무도한 고문을 자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숨어계신 호텔을 가지만 이는 게슈타포의 계략으로 뒤따라온 경찰에 의해 스텔라 가족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후 스텔라는 나치로부터 부모님을 아우슈비츠에 보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고 결국 스텔라는 스스로 유대인을 잡는 비밀경찰이 되겠다고 나서게 됩니다. 그렇게 스텔라는 예전에 함께 했던 밴드 멤버들의 신뢰까지 이용해 차례로 체포되도록 하고 심지어 어린아이가 있는 지인까지 검거되도록 만듭니다. 1943년 9월부터 종전까지 스텔라는 수백 명의 동포를 게슈타포에 넘겼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강제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얼마 뒤 스텔라의 부모님은 러시아에 있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수용소로 보내고 스텔라는 비밀경찰이 되어 롤프와 함께 더 많은 유대인을 나치에 밀고해 큰돈을 벌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1957년 스텔라는 전범 재판에 부쳐져 몇백 명의 유대인을 밀고한 죄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 <스텔라>는 게슈타포의 협박으로 인해 유대인을 밀고하는 비밀경찰이 된 주인공 스텔라의 이야기를 그린 실화 영화입니다.
그녀의 꿈
1957년 베를린, 스텔라는 법정에 서게 됩니다. 법정을 가득 메운 유대인이 죽은 가족의 사진을 흔들며 그녀의 죄를 고발할 때 피해자들이 증언할 때 스텔라는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비웃는 표정을 하거나 자신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처럼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일관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죄를 철저하게 부인하며 어떡하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합니다. 그녀가 울먹이는 순간은 밴드 멤버의 리어데게 친구로 여겼는데 등 돌리지 말라며 유리한 증언을 종용할 때뿐이었습니다. 판사는 살인 방조와 감금 혐의를 인정해 스텔라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지만, 러시아에서 10년 동안 구금되었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하지 않는다며 석방하는 판결을 하게 됩니다. 감옥에 가는 줄 알고 눈물을 터트렸던 스텔라는 이제 자유라는 변호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녀는 충격으로 항의하는 법정의 유대인 동포들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스텔라는 결코 자신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고 자신은 러시아 수용소에서 10년을 보냈으며 결핵도 앓고 있는데 감옥까지 간다면 너무 억울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므로 스텔라는 오히려 자신이 삶을 잃어버린 피해자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녀는 롤프를 탓하며 자신을 고소한 유대인들을 비난했습니다. 예쁜 금발 여성이 돋보이는 게 싫었던 유대인들은 그녀를 시기하고 미워하다가 군중 심리에 휩쓸려 법정에 서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나쁜 죄를 저질렀어도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죄를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습니다. 1984년 프라이부르크 옷차림이나 집안에 놓인 액자들을 보면 스텔라는 그럭저럭 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 같았던 스텔라는 베란다에서 뛰어내립니다. 이어지는 자막에 따르면 그녀가 1984년에 자살을 시도했고 1994년에 결국 목숨을 끊었다고 나옵니다. 스텔라가 왜 자살을 한 것일까 궁금해지는데요. 베란다에서 투신하기 전의 장면에서 스텔라는 나치의 만행을 다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게 됩니다. 이 장면과 투신 장면을 연결하면 그녀가 더 이상 죄책감을 견디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신 바로 전의 장면에서 그녀는 공들여 화장합니다. 화장을 마친 그녀는 거울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그녀는 반짝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한 다음 거울을 바라보다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의 모습에 매혹이 된 듯 거울에 대고 입을 맞췄습니다.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던 어영심 가득한 젊고 아름다운 스텔라의 모습이 거울을 보는 늙은 스텔라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남으려고 했던 이유는 가수로 성공해 스타가 되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목숨은 건졌지만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속절없이 늙어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장면과 투신 장면을 연결하면 그녀는 현실을 견디게 했던 나르시시즘에 기반한 환상을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절망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자막을 통하여 국가 전체가 가해자일 때 스텔라의 비극이 일어났다면서 스텔라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누구나 스텔라처럼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스텔라처럼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역사의 법정에서 스텔라는 명백한 가해자이며 유죄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다하우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막스 만하이머의 말이 나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당신 책임이 아니지만, 그 일이 반복되지 않게 노력하는 건 당신 책임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그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만행 뉴스를 접하면서 피해자들 앞에서 깔깔거리며 웃는 스텔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아우슈비츠에서 얻은 교훈은 진정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