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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 완벽 재현, 잔인한 죽음

by 레카벨 2024. 6. 10.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루돌프 회스 가족의 일상을 담은 작품입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피해자자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완벽 재현을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오늘은 수용소의 잔인한 죽음과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의 공존이 우화처럼 느껴지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영화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회스 가족의 일상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76회 칸 영화제 그랑프리 및 칸 사운드트랙 수상작이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을 받은 유대인 출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드라마 영화입니다. 2024년 6월 5일 개봉과 동시에 3일만에 3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독립예술영화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언더 더 스킨' 이후 약 10년 만의 장편 영화가 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아우슈비츠와 그 인근에서 촬영했다고 하며 영화 내용 중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은 원작 소설에 없는 사전 조사 도중에 만난 폴란드인의 실제 경험담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영화 제목과 똑같으며 이는 독일 아우슈비츠와 그 주변 지역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독일어 interesse의 의미는 '관심'이 아닌 '금전적 이득'에 가깝다고 합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담장 밖, 꽃으로 만발한 루돌프 회스 장교 부부의 그림 같은 일상을 담은 잔혹한 마스터피스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둘러싼 지역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실제로 거주했던 수용소 총지휘관인 루돌프 회스와 그 가족의 일상을 카메라로 담은 이야기입니다. 아름답게 가꿔진 회스 가족의 일상이지만 이 모든 것이 역사상 가장 잔혹한 행위가 벌어졌던 장소라는 사실로 관객들에게는 소름과 공포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나치가 아우슈비츠의 격리를 위해 주변 지역 농지를 폴란드 지주들로부터 몰수한 뒤 그 빈 땅에 수용소의 포로들을 노역시켜 농사를 짓고 자신들의 금전적 이득으로 돌아오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용소의 비참한 일상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도 무시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지내는 비인륜적인 독일인들의 모습을 보면 중의적인 표현도 노린 듯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감독은 화면과 음향의 불협화음뿐만 아니라 헤트비히 정원의 꽃을 시뻘겋게 그래픽화 된 느낌으로 배치하고 알렉산드라가 밤마다 유대인들이 강제노역하는 곳에 몰래 사과를 가져다 놓는 장면을 열화상 카메라로 처리해 우리에게 비치는 것들의 진실에 대해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됩니다. 나치가 12년 동안 자행한 대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일지, 이에 끊임없이 저항하게 만든 것 또한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유대인들이 겪은 비극을 환기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이 진실이 될 수 있는지 신랄하게 질문을 던지며 가장 오늘날의 의미를 만들어 내주는 영화입니다. 

 

완벽 재현

감독과 스태프들은 이들의 기록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아우슈비츠 비르케냐우 박물관에서 조사를 하며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의 수많은 증언이 담긴 블랙북에서 회스 가족의 집을 찍은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메이킹 영상을 통해 수영장, 미끄럼틀, 온실 등이 딸린 정원에서 기록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이 담긴 사진을 언급하며 그들은 처음부터 학살자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회스 가족의 집에서 일했던 정원사 역시 남편 루돌프의 전출 사건을 알게 된 아내 헤트비히가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는데 헤트비히가 정성을 다해 가꾼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강제로 쫓아내지 않는 이상 자기 발로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의 시작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지리적, 심리적 측면과 그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무서울 정도로 꼼꼼하게 그려냈으며 실제 회스 부부가 거주했던 집은 과거 사진과 도면에 따라 완벽히 재현했기에 실제 집과 유사한 점을 잘 포함했습니다. 영화에 악의적인 감시처럼 보이길 원한 감독은 영화적인 요소를 거의 제외하기 위해 어떠한 조명과 촬영 장비 없이 오직 카메라만 활용하여 촬영했다고 전했습니다. 감독과 촬영 스탭 모두 촬영장 인근에 설치한 별도의 콘크리트 벙커에서 카메라를 통해 현장을 관찰했었는데 헤트비히 회스를 연기한 산드라 휠러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집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과 역사에 둘러싸여 완전히 홀로 있다고 느끼게 했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마치 진짜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영화를 제작하며 사운드 디자인팀은 아우슈비츠 상황에 대한 600페이지 분량의 연구를 토대로 2022년 파리 폭동, 베를린 지하처르, 함부르크의 축구 경기장 내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생활 소음을 바탕으로 화면을 침투하는 강력한 음향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전 조사부터 시작하여 무려 10년에 걸쳐 정교하게 직조해 낸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끊임없이 충돌하였기에 그동안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영화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전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잔인한 죽음

독일 장교인 루돌프 회스의 가족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 사택에서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는 꿈의 왕국에 살고 있습니다. 아유슈비츠의 여왕 회스의 아내인 헤트비히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 이층집에 두 명의 아들과 세 명의 딸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말을 타며 자연의 위대함을 가르치며 아내는 온실과 수영장을 가꾸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을 키웁니다. 그러나 집 반대편 쇠창살이 감긴 수용소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정체 모를 소리와 옅은 사람들의 비명이 굉장히 이질적이며 공포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회스는 아우슈비츠를 관리하는 군인으로 수용소의 관리와 설계 등 모든 관리를 담당합니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유대인 수감자가 몰려오게 되자 그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수용소 설계 업체와 회의를 해 수용 시설을 만들어 기존 수감자를 태워 인원수를 늘리는 일을 계획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단 한 번도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총소리와 늦은 밤까지 가동되는 수용소 소각장의 붉은 불빛과 비명 등으로 평화로운 집 담장 너머의 현실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회스의 가족들은 그 비명에도 어떠한 반응도 없이 굉장히 익숙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서도 작은 희망이 등장할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폴란드 소녀의 등장하는 부분이었었는데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되어 갑자기 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소녀는 나치들의 눈을 피해 아우슈비츠 수용자들이 노동하는 장소에 과일을 숨겨둡니다. 이 소녀는 '알렉산드라 비스트론 콜로지치크'라는 실존 인물이며 실제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워지기 전부터 거주했던 폴라드인이며 수감자들을 위해 음식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회스 작전'이 등장하게 되는데 헝가리의 유대인 43만 명을 아우슈비츠에서 학살하는 작전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 덕분에 전출지에서 다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아우슈비츠로 돌아온 희소식을 아내 헤트비히에게 전하게 됩니다. 회스는 그들의 이름을 딴 작전을 영광스러워하며 뿌듯해합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2023년 아우슈비츠 수용소 전시실을 보여주며 희생자들의 신발과 보조기구 등 산더미처럼 쌓인 것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이 저지른 짓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 회스의 모습을 마무리로 비춰주며 끝났습니다. 이 영화는 루돌프 회스 장교 부부의 그림 같은 일상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잔학한 진실을 알려주게 됩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잔인한 죽음과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의 공존이 우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각적 평화로움과 충돌하는 음울한 사운드는 이 영화를 아우슈비츠에 관한 가장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작품으로 끌어내었습니다.